후지필름 X-E5 카메라 휘뚜르마뚜르 쓰고 반년 후기

최근에 작업용 캐논 바디하고 마크로 렌즈 한세트랑 올드렌즈 몇몇 빼고는 싹 다 몽땅 정리했다. 제작년부터 EDC 템이 유행이 번졌고 누구누구 가방에 매일 뭘 넣고 다니는지 유명 유튜버부터 연예인 다 공개하였다. 난 그런 인지도는 없지만 항상 메신져백을 메고 다녔으며 카메라를 넣어왔다.
유행한다는 컴팩트 카메라는 운좋게 다 만졌다. 라이카 D-LUX7, 리코 GR3, 후지필름 X100F, X-T3, X-Pro3, X-E4 거쳐갔으며 개인적으로 X-E4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나머지 카메라들은 뭔가 하나 나사가 빠진 느낌이라 쓰는 내내 툴툴 거렸다.
X100 시리즈는 정말 잘 뽑혀서 그냥 아무데나 둬도 소품이고 그림이 되는 멋진 디자인에 ND 필터 내장이라 주간 셔속 걱정없이 팍팍 찍으면 되는데... 문제는 이어폰을 찍어야하는 나에게는 초점거리가 생각보다 멀고 무게도 덩치도 커서 이게 컴팩트?라는 의문이 계속 드는 그런 시리즈다.

X-E4는 취미로는 괜찮은데 후지필름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바디 안에서 세팅한 필름레서피를 그대로 RAW파일로도 가져올 수 없다는 거다. JPEG으로만 가져갈 수 있으며 몇몇 레서피 세팅은 DR도 형편없다. 작업에 투입했다가 그냥 그대로 사진들을 그대로 몽땅 폐기했다.
후작업에서 터치를 거의 못하는 수준으로 필름같은 그레인이 잡히고 텍스쳐 질감이 고정되어 포샵작업에 쓰기엔 애먹었다. 캐논으로 찍은 걸로 전부 대체되었던 적이 있다. 인스타, SNS용으론 괜찮은데 인쇄나 웹페이지, 카탈로그 상업적 사용에는 부적합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게 4천만화소 고화소수의 크롭센서가 달린 녀석. X-E5 였다.

요 녀석은 대충 국밥 20그릇 더 주면 23mm f2.8 팬케잌 렌즈가 딸려온다. X-E4 때 딸려 왔던 27mm는 화질에서도 성능에서도 구려서 받자마자 처분 했다. 23mm는 한달 써보고 그 마음이 싹 바뀌었다. 20cm 짧은 초점 거리에 3스탑만 쪼아도 측면까지 쨍한 해상력, 거기다 엄청난 가벼운 무게에다 방진방습까지. 발군이었다.

일본 출장에 가서도 잘 써먹었다. 바디가 방진방습이 안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때와 장소만 잘 가리면 쓸 수 있으니 스트리트샷으로도 아쉬움이 없었다. 손떨방이 내장된 바디라 이런저런 재미있는 샷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팬케잌 렌즈가 스태핑 모터라 다이나믹한 환경에서나 영상용도로는 느려서 못써먹는다. 조금 정적인 환경에 어울린다. 물론, 당연히 리니어 모터가 달린 상급 렌즈를 쓰면 어느 정도는 크게 해소된다.


4천만 센서에 크롭인데도 생각보다 노이즈 제어도 잘한다. 그레인 효과로 퉁치면 나름 건질만한 샷을 만들 수 있다. 모바일 기기로 송신하는 기능도 많이 나아져 RAW 파일도 같이 받아볼 수 있다. 배터리소모가 심하고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다 어플에서 팅기는 일도 잦아서... 처음에 쓰다가 연결 안되는 운 없는 날에는 SD카드 리더기로 뽑아서 쓴다. 그래. 그래도 라이카말고는 모바일 전송이 최소한 되는 브랜드는 후지필름이 처음 인 것 같다. 사실 캐논 R6 Mark2가 짱이다.


영상은? 다빈치로 Log 편집을 그리 썩 잘하지 않는데다 프로툴즈로 옛날에 해본 사운드디자인 작업까지 생각하면 멘탈이 갈릴 것 같아서 아예 손을 안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퀄리티로 올리려면 지금의 조명장비로는 택도 없고 인원도 없으며 사시에다 복시 걸려서 4인치 모니터 달아도 포커싱 체크를 제대로 디렉팅 못한다. 조만간 티저 영상 작업은 그래도 할 것 같은데 후지로는 할 생각은 없다.


호불호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필름시뮬레이션 다이얼이 몹시 마음에 든다. FS1, FS2, FS3, C 다이얼에 ETERNA, 노스텔릭 네거티브, 클래식 네거티브, 블리치 바이패스로 셋업하고 RAW로 빼먹는 세팅으로 자리 잡았다. 레서피 사용은 3개월 정도 하다가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디지털바디 출신이고 상업사진작가 출신이라 필름라이크를 아직도 잘 모르는 문제인 것 같다. 히자만, 필름시뮬레이션 컬러감 하나는 독보적인건 확실하다.

좌측에 M,C,S 스위치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종교배에 상당히 용이하기 때문이다. 상단이나 하판이 통짜 금속이라 전체적으로 촉감이 상당히 좋다. 아이파인더가 좀 작다는 거 빼고는 전체적으로 빌드 퀄리티에 태클 걸만한 요소는 없다고 느낀다. 모자란 그립감은 스몰리그 엄지그립과 핸드그립 그리고 소프트버튼으로 마무으리 시키고... 스트랩은 픽디자인 신형 손목스트랩으로 하단에 달면 스트랩 고리 빠지는 이슈에서도 완전히 해방이니 땡!이다.

X-E5는 데일리에서 렌즈에 따라서 하드코어하게도 써먹을 수 있는 바디라 모자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상당히 흡족한 녀석이다. 거기다 메카닉한 디자인뽕도 덤이다. 기회가 된다면 8mm나 13-33 렌즈를 들여 광각 공부도 해보고 싶다.
Fin.
내돈내산임.
글/사진: 빅헤드파일러